글빚과 말빚
―사과와 용서, 고마움과 감사함 작년에는 말빚을 갚았다. '말 한 마디로 천 냥 빚을 갚는다'는 속담을 실감한 한 해였다. 운 좋게도, 일을 정확하고 우아하게 정성을 다해 빚어내는 좋은 분들을 뵐 수 있었다. 그분들이 없었더라면 아마도 지금 여기에 나는 없을 테지. 과연 당연한 것은 없구나. 어제는 해묵은 글빚을 갚았다. 돌이켜보면 도리어 글값을 크게 받았다고 함이 좋을 것이다. 어쩜 그런 일도 있을까 싶지만, 아무래도 멋진 일이다. 사소한 일에 대한 사과와 용서, 그저 기억해준 것의 고마움과 살아내준 것의 감사함. 거진 20년 만의 일이다. 이번 겨울은 유난히도 추웠다. 그리고 나는 나의 길을 가련다. 내 어리숙한 머릿 속 아부지의 '오도일이관지' 문구가 제법 또렷하다. 시인의 말처럼 빚이, 빛이 되는..
2021.02.11